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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[우리나눔] 엄흥도와 엄홍길 - 한국시학, 글빵집
글쓴이 이홍기
날짜 2026-06-22
조회수 3114

 

엄흥도와 엄홍길

 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이 홍 기

 

 

"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족을 멸한다!"

서릿발 같은 어명에

관리들과 백성들은 문고리를 걸어 잠갔다

 

단지 까마귀 떼와 뭇짐승만이

동강 언 땅에 버려진

열일곱 살 어구(御軀)를 쪼아대고 있었다

 

그때, 눈보라를 헤치며

관을 진 사내가 나타났다

엄흥도였다

 

그는 세 아들과 함께

노모의 수의로 어진(御眞)을 갈아 입히고

동을지산 소나무 아래 예를 갖춰 묻었다

 

눈길 위 발자국은

세 갈래로 흩어져 사라졌고

민초들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

 

오백 년 뒤

에베레스트 8,750미터 절벽

로프에 매달린 동료의 시신 앞에서

 

엄홍길은

76일의 사투 끝에

"찾으러 간다는 약속을 지켰기에 후회는 없습니다"

 

죽은 자의 마지막 존엄을 지켰던 가문의 서사는

히말라야 설산의 전설이 되었다

 

< - >

 

 

《한국시학》 2026 여름호 p.236

 

왕사남.jpg

 

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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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이홍기
    영화 <왕과 사는 남자>는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1,689만 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역대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라 있습니다. (역대 1위는 1,761만 명을 기록한 <명량>입니다.)

    문화는 세태를 그대로 반영합니다. 극중에 단종의 눈(빛) 연기와 유해진의 연기도 한 몫을 했지만, 도도히 흐르는 민심이 스크린 앞으로 관객을 불러 모은 것입니다.

    저는 영화 <왕사남>을 통해 성경의 (예레미야 35:16) "레갑의 아들 요나답의 자손은 그의 선조가 그들에게 명령한 그 명령을 지켜 행하나 이 백성은 내게 순종하지 아니하도다" 떠오릅니다.

    엄흥도 가문의 아궁이에서 아궁이로 전해져 내려 온 그 선조의 의로운 행동은 오백 년이 지나서도 그 후손 엄홍길대장의 핏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었던 것입니다. 죽은 자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고자 2005년 휴먼원정대를 꾸렸던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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